학기가 끝난 후 오랫만에 느껴보는 완전한 자유를 이용해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벌써 새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첫 학기를 돌아보니 몇가지 비유가 떠오른다.
건물
늘 공간이 부족한 학교 사정 때문인지, 로스쿨 캠퍼스 북서쪽 부지에 신축 건물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사 현장 위치가 학교와 내가 사는 곳의 중간 지점쯤에 있다보니, 매일같이 지나치게 되고, 자연스레 진척 상황을보게 된다. 처음 입학했을 당시에는, 아직 형체는 갖추어지지 않고, 철근만 비죽비죽 올라온 채로 대략의 골격을 만들어가고 있어서, 저건 도대체 어느 세월에 지어지려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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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첫 학기가 지나고, 기말고사를 마치고 걸어들어가는 길에 보니, 이제는철근 골격은 모두 완성됐고, 외관에 화강암 재질인 듯한 벽면을 군데군데 붙인 것이 보인다. 매사추세츠의 혹독한 겨울동안 공사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조금 일찍 벽면을 채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로스쿨 첫 학기도 저 건물에 비춰 돌아보게 된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토대만 있던 공사 현장 위에, 기본 뼈대를 세우고, 외관도 군데군데 붙여놓은 느낌이다. 아직 속은 텅 비어 있고, 갈 길은 멀지만. . .
코끼리
로스쿨을 둘러싼 신비감과 막연함이 덜어져, 이젠 더 이상 수수께끼 같지 않다. 무얼 공부하는 곳인지도 좀 더 잘 알겠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는지도 어느정도는 알겠다. 시험도 한차례 치르고 나니 로스쿨 시험이 어떤 거구나 하는 감도 온다. 눈을 감고 한학기동안 법이란 코끼리를 여기저기 더듬어 본 결과, 코끼리는 이런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님의 자신감 정도는 갖추게 되었다. 법이 아니라 단지 로스쿨이란 코끼리의 모양을 알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숲
입학 초기에 많이 들은 조언이, 공부를 하면서 항상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기 위한 노력을 하라는 말이었다. 하루하루 공부를 따라가는 것 못지 않게 전체적인 맥락을 되짚어보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시간이 무한정 있었다면 모를까,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선 우직한 뚝심 못지 않게 현명한 전략도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 이런 조언을 학기 초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도 충분히 따르지 못했다.
그 말을 명심하고 실천하려고 해도, 어떻게 숲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고, 나무 중에서도 중요한 것들이 있을까 걱정이 돼 뭐든 정면돌파형 공부를 한 것 같다. 다음 학기는 좀 더 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뭐든지겪어보기 전까진 알기 힘든 듯하다.
어쨌건 이렇게 로스쿨 첫 학기와 함께 2009년도가 갔다. 1월 4일부터 시작되는 삼주 간의 겨울학기는 Problem Solving Workshop을 듣게 된다. 내용을 배우기보단 실제로 마주치는 상황들을 그룹으로 해결해나가는 과목인 데다, Pass/Fail로만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부담없는 삼주가 될듯하다.
어쨌건 지금으로선, 아듀 2009, 그리고 웰컴 1L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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